오늘 새벽. 고양이가 엄청 울어댔다. 하도 야옹야옹 거려서 급하게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가 보다하고 일어났다. 고양이야 뭐.. 배고픈데 밥이 없거나 화장실 더러우면 치워달라고 우니까. 새벽에 깨어 고양이 돌보면서 느낀 것 정리해보자.
새벽에 고양이가 울었던 이유
우리 고양이는 이제 9살이 넘어선 중년 아줌마 고양이다. 함께 한지 9년이 되다보니 고양이 몸짓이나 울음소리만 들어도 뭘 원하는지 90% 정도는 알아챈다. 거의 내 생각이 맞는데 그건 내 생각일 뿐. 고양이는 ‘쟤는 왜 이렇게 못알아들어?’ 할 수도 있다.
오늘 새벽에는 야옹~야옹~ 하며 뭔가 급해 보였다. 밥은 분명 자기전에 줬고 물그릇도 갈아줬는데. 배고픈건 아닐테고.. 그럼 화장실에 똥 좀 치우라는 소린가?
처음엔 못 들은척 단잠을 깨기 싫어서 다시 잤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점점 쌔게 우는 것이다. 문득 화장실을 치워주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사람도 쉬 마렵고 똥 마려울 때 화장실을 못찾으면 너무 고통스럽지 않은가. 고양이의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벌떡 일어났다. 고양이 화장실로 곧장 갔다.
고양이는 화장실이 지저분하면 오줌이나 똥을 누지 않는다. 그냥 참고 있는 것이다. 주인이 치워줄 때까지 기다린다. 기다리다가 안되겠다 싶으면 주인에게 알려주러 온다. ‘니가 모르고 있나본데.. 화장실에 똥이 가득찼어. 더러워서 내가 쉬랑 똥을 못 싸고 있잖아. 치워줘.’ 하고 말이다.
화장실은 예상대로 똥이 가득. 치워하지 하면서 깜빡하고 하루.. 아니 이틀이 지났나. 미안한 마음에 화장실을 깨끗이 치우고 보송한 새 모래도 두봉지를 깔았다. 오 좋아 보송한 화장실. 우리 고양이도 좋아하겠지 하며 청소를 마무리 했다.
근데 고양이가 울었던 이유는 화장실이 아니었나보다. 쉬나 똥의 문제로 울었다면 화장실을 치우기 무섭게 들어갔을텐데 말이다. 고양이는 내 옆에서 멀뚱하게 앉아 있었다.
고양이는 나를 혹은 남편을 불러내고 싶었나보다. 모두가 잠든 조용한 새벽에 가끔 이렇게 사람을 불러낸다. 잠귀 밝은 내가 거의 당첨이지만. 고양이는 자기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필요했나보다.
고양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고양이는 고르릉 거리며 배를 까고 누웠다. 이 맛에 고양이 키우지.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쓰다듬었다.
낮에 나는 바쁘다. 아이들을 챙기고 집안일을 하다보면 고양이와 눈 마주칠 일이 별로 없다. 고양이가 배고프지 않게 밥그릇을 채워주는 데만 신경을 쓴다. 고양이는 어땠을까.
고양이는 내가 편안한 시간을 기다렸나보다. 고양이 덕분에 조금 일찍깨서 하루를 시작한다.
미세하게 차이나는 고양이 언어
비슷해보이지만 원하는 것에 따라 고양이 울음소리는 차이가 난다. 몇년쯤 같이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된다. 특히 밥 그릇 앞에서 야옹거리면 밥 달라는 소리다. 배고픈데 밥을 안주면 내가 있는 곳까지 와서 야옹거린다. 야옹할 때 옹을 길~게 빼면서 운다. 약간 원망 섞인 야옹같다.
밥은 있는데 야옹 거리면 백프로 간식을 달라는 소리다. 우리 고양이가 제일 좋아하는 츄르. 간식이 들어있는 서랍장 앞에서 시위를 한다. 또 츄르와 비슷하게 생긴 비닐 스틱을 누군가가 들고 있으면 자기 간식인줄 알고 코앞까지 와서 야옹거린다. 내꺼 아니냐고 빨리 달라고.
또 고구마를 굽거나 단호박을 찔 때 냄새를 맡고 달려온다. 츄르 다음으로 좋아하는 간식이 고구마와 단호박이다. 고구마를 먹고 있으면 어디선가 와서 달라고 야옹거린다. 찹찹 맛있게 받아 먹는다.
아이들이 귀찮게 할 때 경고하는 야옹소리도 있다. 한번만 더 하면 참지 않을거라는 뜻이다. 특히 큰 애가 경고소리를 많이 듣는다. 큰 애는 움직임이 크고 활동적이라 더 그런것 같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표현하는 고양이 언어는 다르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도 더 크면 알게 될 거다. 그때 쯤이면 고양이가 할머니가 되어있겠지.
한번 더 쓰다듬어주고 간식도 챙겨주고 해야겠다. 건강하게만 살아라 고양아.